전기차 계약 후 출고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8개월까지 상당히 긴 편입니다. 그 어떤 차종보다 대기시간이 길고 경쟁이 치열하며, 출고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을 전기차는 과연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요?
전기차는 아직 우리 삶 속에 많이 침투해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 꼭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전기차를 마주하지만, 짧게는 한달 길게는 1년 내외로 운행을 하다가 다시 팔아버리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를 실제 구매했다가 다시 일반 자동차로 돌아간 사람들의 사례를 들며, 전기차를 구매하면 안 되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셀프가 싫거나 귀찮은 사람
최근 많이 익숙해진 디젤, 휘발유 셀프주유를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전기차 충전도 같은 맥락의 셀프이긴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절차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셀프 주유소라 함은, 직원 대신 직접 주유함으로써 줄어든 인건비 수준으로 기름값을 할인해주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직원이 줄어든 것일 뿐 상주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 직원들이 청소도 하고, 차량 회전율 관리도 하며 주유기 고장 관리 및 셀프 주유소가 처음인 손님들을 응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일단 상주하는 직원이 없습니다. 충전기 종류 체크, 고장 유무 확인, 충전 자리 확보, 결제카드 및 회원카드 준비, 충전과 같은 모든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특히 주유소의 회원카드는 포인트 적립의 개념이지만 충전기의 회원카드는 회원가로 충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비회원에게는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일종의 할인 개념이기 때문에 회원카드 없이 일반 카드로는 30% 이상 비싼 가격으로 충전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고장이 나도 스스로 전화해야 하고 누군가 충전 자리에 주차를 했으면 직접 전화해서 협의해야 합니다.
늘 누군가에게 케어를 받을 수 있는 내연기관 주유에 익숙하거나, 이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전기차 충전 과정들은 굉장히 큰 스트레스가 될 것입니다.
2. 배움의 과정이 싫은 사람들
1번과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무엇인가 배우는 과정이 귀찮거나 그럴 여력이 없는 분들은 전기차 구매를 한번 더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전기차 충전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배워야 하기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배워나가야 합니다. 충전 용량이나 배터리용량 단위인 kW 및 kWh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충전기의 종류, 충전기별 충전 방법, 인증이 안되거나 충전이 안될 때 대응하는법 등등 알아야 할 지식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배터리의 원리와 종류, 특성에 대해 찾아보기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을 몰라도 전기차를 타는데 아무 지장이 없긴 하지만 왜 겨울에 충전속도가 느려지는지, 80% 충전이 넘어가면 속도가 왜 줄어드는지, 왜 에어컨보다 히터를 틀었을 때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드는지 등과 같은 이유들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기존 내연기관 운전 경력이 상당한 베테랑들이라도 공부하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한데, 굳이 내가 이런 것들을 배워야 하나? 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아직 전기차를 구매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3.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
단적인 예를들어 설명하자면, 오랫동안 영화관람 시 CGV를 이용하면서 영화관에 익숙해지고 관련 혜택이나 포인트도 제법 있는 사람이 전기차를 구매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전까지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전기차를 구매하고 난 뒤 생각해보니 늘 가던 CGV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없고 집 주변 다른 영화관인 메가박스에는 이용객을 위한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배터리도 30%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충전이 필요한 상태라면 여러분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충전과 상관없이 늘 가던 CGV를 갈지, 충전도 할 수 있는 메가박스에 한 번 가볼 생각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갈릴 것입니다.
여기서 의견이 갈라지는 이유는 '자동차'를 내 일상에 어느정도 포함을 시킬 것인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목적지까지 편하게 이동시켜주는 수단만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늘 가던 영화관을 갈 것이고,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로 바꾸었으니 기존의 일상이 변화되어도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메가박스에 갈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전기차를 타다보면 위와 같은 선택의 순간을 생각보다 많이 마주치게 되는데, 목적지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에 선택했던 것들이 많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경험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자동차가 나의 일상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것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본인의 성향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보시고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전기차 구매를 한번 더 생각해보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4. 강박이 있는 사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늘 기름이 살짝 넘칠때까지 가득 채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도 꼭 100% 완충을 시켜야 마음이 편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전기차를 사게 되면 매우 고통스러울 확률이 큽니다. 전기차 특성상 본인의 전용 충전공간이 확보된 곳에 살지 않는 이상 배터리 100%를 볼 기회가 의외로 적습니다.
자주 100%를 채우는 것이 배터리에 좋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 20~80% 사이를 충방전하며 이용합니다. 게다가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는 여러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에어컨이나 히터와 같이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하는 기능을 작동하면 바로 주행거리 감소에 반영되고, 회생제동이 없는 고속구간을 지속적으로 달리면 역시 빠르게 주행가능거리가 감소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200~300km를 갑자기 주행해야 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 정도의 장거리는 사전의 계획 아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즉, 배터리가 50% 이하로 남아있거나, 주행가능거리가 200km 내외이더라도 다음날 차를 사용함에 있어서 문제가 될 확률이 매우 낮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완충에 대한 강박, 전기차 주행가능거리 불안에 대한 강박이 있으신 분들 중 이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급속충전기로 기어코 100%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 본인의 주유 습관이나 충전 습관들을 되짚어보면서 본인이 전기차를 구매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